Istanbul (Asia side) - 카디쿄이
7.1 — 쿠르드 청년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버스다. 아침 10시에 타서 2시반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점심은 또 샌드위치다. 한국에 있을 땐 나름 샐러드와 빵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밥이 먹고싶다.
버스로 3시간 정도 흐른 것 같다. 과자를 몰래 2개 더 챙겨준 인상좋은 버스 승무원이 말을 걸었다. 좋은 리뷰를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호의를 베푼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지만 최선을 다해 써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 친구, 사실은 심심한 나머지 나한테 말을 걸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영어를 잘 못하는 Ayahan은 휴대폰 화면으로 끊임없이 본인을 소개했다. 아다나라는 동쪽 도시에서 온 22살의 이 청년은 자동차를 좋아했다. 독일로 유학을 가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자기 자동차를 팔아 형들의 결혼자금을 댔다길래, 그 정도면 너가 맏형이라고 하니 상당히 좋아했다.
어쩌면 이 친구는 본인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 허용되는 일은 아닌 듯, 연신 버스 앞쪽의 눈치를 바라보며 타자를 쳐댔다.
이 친구에게서 새로 알게된 사실이 있었다.
나의 무지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되었다. 터키 사람들 모두가 아타투르크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이 청년에게도 아타투르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아타투르크는 쿠르드인을 인정하지 않고 탄압했다. 청년은 쿠르드인이었다. 부끄러움이 밀려왔고 그에게 거듭 사과했다.
이스탄불에 다시 도착했다. 내렸던 터미널로부터 숙소까지는 또 다시 1시간 반은 더 가야한다. 차나칼레에서 10시에 출발했는데 카디쿄이의 에어비앤비에 도착하니 4시가 되었다.
숙소는 허름했지만 안락하다고 생각했(었)다. 이스탄불의 힙한 현지인이 친구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핀란드 출신의 온몸인 타투로 뒤덮인 친구는, 게스트로 왔다가 아예 1년째 눌러살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현지인이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일종의 아지트 같은 느낌이다. 문제는 그 아지트에 내가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3일을 살게 된 것이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저녁은 페리를 타고 다시 갈라타타워로 넘어가서 피자를 먹었다. 벌써 마음의 고향이라고 느껴진 건지 여기 오니 마음이 편해졌다.
쓴 돈
버스 1200
택시 390
샌드위치·물 200
교통 500
저녁 1000= 3300리라 (약 10만원)
7.2 — 카디쿄이의 밤
아침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굳이 길게 적고 싶지 않으니 간략히 말하면, 샤워부스에 강아지가 똥을 싸놨다. 꿈을 꾸는가 했고, 이 숙소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사실 어제 저녁엔 방에 에어컨이 없다는 걸 깨달았고, 선풍기는 각도 조절 불가에 굉음이 났다. 세탁기를 쓸 수 있냐고 물으니 머리통이 깨진 세탁기를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나는 숙소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떠올렸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걸 깨달았다. 도망치듯 서둘러 준비해 나갔다.
카디쿄이에서는 아무런 일정 없이 거리 분위기를 느끼며 쉬려고 했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다고 느꼈고, 이번 숙소는 잠만 자는 곳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카페에서 끝나지 않을 아이슬란드 여행 일정을 또한번 정리하고, 포르투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카디쿄이는 보스포러스 해협과 마르마라 해를 서쪽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선셋이 볼만하다.
카디쿄이의 밤을 물씬 느끼고 얼른 집에 들어가서 잤다.
쓴 돈
홍합밥·버거 400
카페 280
이스탄불-포르투 항공권 203달러
Moda beach 625
펍 745= 2050리라 (약 7만원)
7.3 — 중고서점, 안녕 터키
오랜만에 아침은 좀 든든하게 먹고 싶었다. 한국에서 요거트와 블루베리, 견과류와 커피로 시작하던 그 생활이 그리워진다. 신선한 채소를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도가 수직상승하는 걸 느낀다.
오늘도 일정이 없었기에, 스타벅스에서 또다시 여행일정을 짠다. 드디어 포르투 2주 살기 숙소를 예약했다.
돌아다니다 흥미로운 곳을 발견했다. 맥주거리 한복판에 갑자기 우리나라 지하상가같은 중고서점 상가가 쭉 나열되어 있다. 오래된 책 냄새, 신기한 책과 물건들을 잔뜩 구경했다.
카디쿄이에서 가장 좋은 건 선셋, 그리고 아까 그 책방과 스타벅스
터키를 떠나기 전 마지막 카이막도 먹었다. 이번 카이막은 꿀이 좀 투머치였다. 3일차에 멋 모르고 먹었던 카이막이 그리워진다. 만약 이스탄불을 다시 가게 된다면, 그 가게와 Salt를 가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주인이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마감 전 재료털이를 하는 건지 서비스 디저트를 만들어줬다. 이것도 카이막인데 피스타치오를 넣었다. 너무 달았다.
쓴 돈
브런치 700
스타벅스 185 + 165
디저트 240
미트볼·맥주 415= 1715리라 (약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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