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 ① - WOW와 월드컵
2026.7.4 ~ 7.9
7.4 — 포르투로!!
내게 숙소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카디쿄이를 떠나는 날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행만 했다.
유럽 저가항공사를 처음 타봤는데, 듣던 대로 악명높았다. (사실 제대로 체크 안 한 내 잘못임)
20인치 캐리어를 당당하게 들고 들어갔는데, 조그만 백팩 외에는 추가요금을 내야했다.
멍청비용으로 이스탄불-빌바오, 빌바오-포르투 합쳐 16만원을 냈다.
포르투 도착하기도 전에 유럽 물가를 실감했다.
샌드위치에 조그만 물 하나를 샀더니 8유로(1만4천원)가 나왔다.
차마 사진도 못 찍었지만 포카치아에 콜라, 감자칩 조금에는 15유로가 나왔다.
오랜만에 창가자리에 앉아 찍은 포르투 시내의 모습이다.
테라코타 지붕이 가득한 도시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좋았다.
숙소로 가는 길에 모루정원이 있다.
마침 해가 지는 시간이라, 축제를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그리고 숙소에 와서 소리를 질렀다. 온전히 나만 쓰는 아파트!!!
행복은 역시 상대적이다.
쓴 돈
수화물 16만원
빌바오 공항 빵·샌드위치·물 23유로(약 4만원)= 약 20만원
7.5 — WOW 첫 출석
포르투의 첫 아침이다!
일어나자마자 숙소 선정을 기가 막히게 했다는 생각을 했다.
동네와 친해질 겸, 산책을 하며 마트에서 장도 봤다.
그리고 집 떠난 지 3주만에 먹는 내 아침정식.
이스탄불의 카이막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여행하며 먹은 음식 중에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장 맛있었다.
신나서 노래를 크게 틀고, 밀린 작업을 했다.
지난 4주 동안 가장 행복한 순간 중에 하나였다.
우습게도 아직 포르투에 도착해서 한 것이라곤 장보기와 아침 만들어 먹기밖에 없다.
뒷 풍경은 액자나 그림이 아니고 WOW라는 와인박물관이다.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한다. 2주 동안 주구장창 방문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해질녘쯤에 한번 방문해봤다.
Cultural District를 표방하는지,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컸다.
게다가 중앙광장에서 월드컵을 틀어준다는 빅뉴스를 접했다.
브라질과 노르웨이의 16강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포르투갈에는 브라질 이민자들이 많다. 같은 포르투갈어를 쓸 뿐더러 거주 이전이 쉽다고 한다.
월드컵은 앞으로 결승까지 여기서 보기로 결정했다.
옆에는 야외영화관도 있다. 포르투가 점점 더 좋아졌다.
쓴 돈
장보기 21유로(그릭요거트, 블루베리, 견과류, 우유, 계란, 믹스채소, 빵)= 약 3만6천원
7.6 — 포르투갈-스페인전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장을 봤다.
2주는 있어야 하니까 진짜 살림을 차릴 생각으로 주방용품, 욕실용품도 모조리 사왔다.
3주 간 항상 외식만 해서 몸이 망가져가는 걸 느꼈다.
자취할 때보다도 더 식재료를 많이 샀다.
점심으로 파스타를 해먹으려고 소금을 뜯었다.
그런데 아무리 뜯어도 저 돌기 부분이 안 뜯어진다.
하도 화가 나서 구글 검색해봤는데, 워낙 유명한지 따는 방법을 설명하는 틱톡도 있다.
가위로 똑 자르면 된다는데, 눈 앞에 칼이 보여서 칼로 썰어버렸다.
정말 오랜만에 불을 써서 요리를 했다.
양 조절에 실패한 파스타와 샐러드. 맛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또다시 월드컵 구경!
오늘은 포르투갈과 스페인 빅매치 날이다.
경기는 재미없었고, 뷰는 여전히 좋았다.
쓴 돈
장보기 36유로(물, 우유, 파스타, 올리브오일, 올리브, 파스타소스, 갈릭소스, 샐러드드레싱, 소금, 하트파이, 커피캡슐, 인스턴트커피, 빨래비누, 키친타올, 주방세제, 물티슈)
맥주·과자 10유로= 46유로 (약 8만원)
7.7 — 처음 간 모루정원과 수도원
오늘도 어김없이 WOW에 출석체크를 하고,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16강 월드컵을 봤다.
오후 5시 경기라 햇빛이 여전히 너무 강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또 장을 봤다.
이번엔 채소 위주다. 작은 식료품 가게엔 믹스채소가 없길래 통으로 사봤다.
내 손으로 이렇게 날것의 채소를 손질하는 건 또 인생 처음인 것 같다.
지금까지 뭐하고 살아온 건지 하여간 처음 하는 게 참 많다.
4일만에 처음으로 산책 겸 도루 강을 보러 갔다.
포르투에 더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숙소 호스트에게 연락해 일주일을 더 연장했다.
만만한 샌드위치와 샐러드 먹기.
샌드위치가 왜 이렇게 맛있지 했는데, 생각없이 담았던 갈릭소스가 킥이었다.
모루정원, 세하 두 필라르 수도원에 가서 선셋과 야경을 봤다.
내가 본 도시의 야경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그린델발트의 눈 덮인 마을과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
아직 여기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2주도 더 남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Airbnb를 켜고 아파트를 알아봤다.
쓴 돈
WOW 맥주 4유로
장보기 14유로= 18유로 (약 3만원)
7.8
내가 만든 샌드위치가 제일 맛있다. 일단 재료를 하나도 안 아낀다.
채소를 듬뿍 넣고 치즈랑 계란만 있으면 뚝딱이다.
바깥을 바라보며 작업을 좀 길게 했다.
이런 날씨에 이런 뷰를 보고 살면 능률이 오를 것 같다.
어제 모루정원에서 만난 민과 해물밥을 먹었다.
알고보니 동네친구였던 이 친구는 뭔가 희한하게 겹치는 게 참 많았다.
와이너리 투어에 대한 후기를 듣고, 모루정원에서 와인을 마셨다.
쉴새 없이 떠들었고, 자정이 되어서야 헤어졌다.
7.9 - 민
약간의 숙취가 있었다.
포르투의 오전은 높은 확률로 흐리다.
오늘도 일정 없이 요리해먹고 작업하는 날로 잡았다.
어제 마트에서 산 닭가슴살 넣고 또띠아랩을 싸먹었다.
돈 받고 팔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민을 또 만났다.
이 친구도 나랑 비슷하게 아무 일정 없는 날이길래, 커피나 한잔 하기로 했다.
이 친구가 꽤나 마음에 들었기에 공원에서 먹을 간식으로 참치 크래커를 준비하려고 했다.
일단 평생 요리를 해본 적이 없는데 누군가를 위한 요리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대상이 남자라는 건 꽤나 충격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오이를 썰던 중에 갑자기 현타가 와서 나갔다.
민은 돗자리를 준비했다.
참치 크래커를 준비해갔다면 영락없는 커플이었을 것이다.
대청타워 치마오의 추억을 공유하고, 재수학원까지 같았던 우리는 잠시 20대 초반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또 다시 야경을 보고 자정을 넘겼다. 와인 두 병으로는 부족했던 우리는 우범지대까지 넘어가 인도 식료품점에서 맥주를 사왔다.
곧 한국에서 만나기로, 그리고 먼훗날 용산구 동네 주민이 되기로 약속했다.
쓴 돈
7.8 장보기 3유로
해물밥 25유로
와인 9유로
7.9 장보기 20유로(닭가슴살, 치즈 등)
장보기 12유로
맥주 6유로= 75유로 (약 1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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