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 ② - 눈물의 샘
2026.7.10 ~ 7.14
7.10 — 7일 만에 건넌 동루이스 다리
포르투 살이 일주일 차, 드디어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시내를 가기 위해서는 모루정원에서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야 한다.
나는 모루정원 옆에 숙소를 잡았다.
7일 만에 큰 맘 먹고 다리를 건넜다.
다리 건너자마자 랩배틀 현장을 목격했다.
길거리 공연인데 어린이들을 앞으로 나와서 뭔가 하게 하는 거였다.
백플립 한번 보여주는건데, 시간을 굉장히 잘 끌었다.
도네이션 유도도 잘한다. 길거리 공연 20년 차라는데 그럴 만했다.
도루 강을 따라서 마켓이 쭉 열린다.
관광지긴 한 것이, 이런 마켓이 수십개가 넘는다.
근데 이미 이 도시와 사랑에 빠져버려서, 다 사고 싶어졌다.
한참 걷다가, 드디어 나타 전문 가게 Castro에서 나타를 먹었다.
물티슈같이 생긴 애들이 저런 그릇 모양이 된다.
도자기 굽듯이 이렇게 만드는 게 귀여웠다.
포르투에는 이런 버스킹 공연이 참 많다.
ESMAE라는 음악대학 학생들이 멋진 옷을 입고 공연을 한다.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옷 쇼핑을 했지만 하나도 못 건지고,
라멘집에 와서 김치라멘을 시켰다. 밥도 하나 시켰다.
밥을 먹으니 역시 나는 한국사람이라는 걸 또 깨닫는다.
해가 비쳐서 예뻤던 Monumento ao Infante Dom Henrique.
포르투갈의 대항해시대를 캐리했던 엔히크 왕자 기념비라고 한다.
이런 공원을 보면 이제 멜버른만 생각이 난다.
강가에 쭉 늘어선 버스킹 아티스트들과 사진 동아리(?) 사람들
WOW에서 스페인 벨기에 8강 월드컵을 봤다.
쓴 돈
나타·커피 5유로
충전 케이블 15유로
폼클렌징 2유로
봉지라면 8.7유로
라멘 18유로= 48유로 (약 8만원)
7.11 — 해변 산책과 포르투갈 아저씨
자전거 타고 해변으로 갔다.
서핑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옛날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젠 서퍼들만 보인다.
경험이 참 무섭다.
선탠하는 사람도 많았다.
끊임없는 파도를 30분 정도 바라보고 쇼핑하러 갔다.
ArrábidaShopping에 갔다.
구글맵 상으로 시내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길래, 무턱대고 자전거를 끌고 갔다.
2D로는 경사까지 보여주진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항상 경로를 찍어보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수많은 돌길 및 지옥의 경사(교육과학관보다 심함)를 헤치고 버거킹을 갔다.
에어컨이 파워냉방이었고 내 인생 최고의 버거킹이었다.
샐러드도 저렇게 준다. 국내 도입이 시급했다.
또 먼 길을 가기 전 찍어본 내 자전거.
안장이 진짜 높은데, 조절하는 부분이 녹슬어서 높이를 못 맞춘다.
집에 돌아와서 만들어 먹은 참치 크래커.
오랜만에 자전거를 근 2시간 탔더니 거의 녹초가 됐다.
그렇지만 빠질 수 없는 WOW의 월드컵 시청.
오늘은 노르웨이와 잉글랜드 8강이다.
여기서 월드컵을 6번 정도 본 것 같은데,
이날 봤던 잉글랜드 친구들의 넘치는 에너지가 가장 대단했다.
이에 더해 내 옆에 있던 포르투갈 아저씨와 경기 내내 대화를 나눴다.
아베이루에서 온 이 아저씨는, 포르투 시내의 역사에 대해서 갑자기 하나둘씩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동루이스 다리가 에펠의 제자가 만들었다는 것과,
포트 와인의 역사와 도우루밸리, 양조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내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임브라부터 아베이루, 토마르, 브라가, 기마랑이스 등 근교 소도시에 대해 2시간에 걸친 역사 강의가 시작됐고,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최대한 알아들으려고 해봤다.
포르투갈의 첫 왕과 스페인과의 관계, 중세 시대의 아름다운 로맨스가 숨겨져있는 호텔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난다.
솔직히 모든 이야기가 머릿속에 뒤섞여서 중간부터는 필기를 하면서 들어야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뭐가 됐든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이 아저씨가 고마워서,
내 세계여행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어느 정도 완성된 세계지도 맵을 보여줬다.
흥미롭게 보던 아저씨는 본인 역시 이탈리아를 좋아한다며,
그 때부터 역사 강의 2탄 이탈리아 편이 시작됐다.
산지미아노, 시에나, 플로렌스.
이탈리아 공국의 발전을 볼 수 있다며 꼭 이 순서로 가보라고 했다.
그 중 San Galgano에 위치한 검이 꽂혀있는 돌도 알려주셨다.
구글 맵에 심지어 심령술 센터로 등록되어 있는 이 곳은 꼭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쓴 돈
장보기 4.18유로
자전거 20유로
버거킹 7.55유로
충전 케이블 15유로
맥주 4유로= 50유로 (약 8만5천원)
7.12 — 코임브라 당일치기
포르투에 도착한지 9일차, 시내 구경도 제대로 안했는데 좀 멀리 나간다.
근교 소도시인 코임브라는 도서관이 유명하다고 한다.
여기에 어제 포르투갈 아저씨가 알려준 중세시대 성을 호텔로 개조한 곳도 가보기로 했다.
큰 맘 먹고 외식했다. 오랜만에 낮술과 스테이크 먹기
도서관에 들어가니 17세기 책들이 보관되어있다.
주앙 5세의 초상화가 위엄있게 걸려있는데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다.
(위 사진은 퍼옴ㅎ)
도서관 외에도 코임브라 대학교, 과학박물관도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학교 위에서 보는 전망이 근사했다.
포르투갈 왕세자 페드루와 스페인 귀족 이네스 간의 로맨틱한 스토리가 담긴 정원도 구경했다.
스페인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걸 두려워한 왕, 즉 페드루의 아버지는 아들의 연인을 죽여버렸다.
왕이 보낸 암살자들이 이네스를 칼로 찔렀고, 이네스의 피와 눈물이 샘이 되어 솟아났다.
정원의 구석에 있는 ‘눈물의 샘’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다.
실제로 샘에 붉은 얼룩이 보인다.
사실은 홍조류라고 한다. 아무렴 피라고 믿으면 그만이다.
페드루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내전을 일으켰고, 이네스를 암살한 자들을 모조리 처단했다.
부활의 날에 눈을 뜬 순간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페드루와 이네스는 마주보고 묻혀있다.
지독한 로맨티스트였던 페드루…
코임브라 당일치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이 차는 희한하게 창문 버튼이 비상등 옆에 달려있다.
쓴 돈
택시 3유로
코임브라 버스 23000원
커피 16유로
입장권 12유로
택시 4유로
코임브라 시내 택시 1유로
점심 24유로
마트가는 택시 1유로
마트 7유로
포르투 택시 2유로
피자 9유로= 79유로 + 2만3천원 (약 16만원)
7.13~14 — 도루강 러닝
포르투에서의 외출은 오후 6시쯤 시작한다.
보통 낮에는 온통 작업하고 집에서 햇살을 바라본다.
그러다 해가 살짝 기운다 싶으면 슬슬 나가서 저녁을 먹고, 일몰을 보면서 와인을 마시면 하루가 끝난다.
코임브라에서 만난 친구들과 거하게 저녁을 먹었다. 저 뽈뽀는 맛있다.
물론 가난한 여행자가 이렇게 먹으면 이틀 간은 또띠아랑 파스타만 해먹어야 한다.
드디어 건너본 윗동네 동루이스 다리.
트램과 보도가 있다.
사진 찍는 사람이 한 트럭이라, 사람들을 피하면서 동시에 트램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다음 날, 포르투 온지 열흘만에 첫 러닝이다.
도루 강을 따라서 달리기.
돌길이긴 하지만 풍경버프를 받아서 피곤함도 잊을 수 있다.
이런 게 한달살이지!!!
빨래를 널고 바라본 하늘의 풍경.
한국은 불쾌지수 높은 여름이라는데, 여기는 천국이 따로 없다.
저녁으로는 저속노화를 위한 샐러드와 두부튀김, 샥슈카.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WOW의 월드컵.
프랑스 스페인 준결승이었는데, 늦게 가서 자리가 최악이었다.
노르웨이 아저씨를 만나 스몰톡을 하며 월드컵을 보다보면, 해가 저물어있다.
생각해보니 16강쯤부터 거의 모든 경기를 여기서 챙겨봤다.
축구에 큰 관심도 없는데 2026년 월드컵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쓴 돈
7.13 마트 3유로
밥·마트 35유로 (= 38유로, 약 6만5천원)
7.14 저녁 23.5유로
술·안주 16.5유로
맥주 8유로= 7.14 48유로 (약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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