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laken - 외쉬넨 호수와 행복한 마을
2026.9.7 ~ 9.8
9.7 — 수스텐·그림젤·푸르카
오늘도 일출! 여행와서 이렇게 일출을 연속으로 본 적이 없는데, 스위스의 광활한 자연은 게으름뱅이도 부지런하게 만든다.
도중에 갑작스럽게 비바람이 쏟아진 까닭에, Ismail 커플, 쇼헤이와 오손도손 지붕에 모여서 봤다
호수를 안 가니까 어제보다 한결 널널한 아침
신선한 토마토와 오이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사이타마에서 온 쇼헤이는 네덜란드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이었다.
내 서투른 일본어는 다행히도 그의 마음을 연 것 같다. 곧 체크아웃해야 하는 그가 사진 하나만 같이 찍자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다. 도쿄에 오면 연락을 하라고 했다. 마타나 쇼헤이!!
체크아웃하고 피르스트를 내려오는 곤돌라에서 선글라스 한쪽 알이 사라진 걸 깨달았다.
슬슬 질렸어 이탈리아에서 하나 사!!
내려오는 곤돌라에서 이번달 카드값 메세지를 받았고, 선글라스는 안 사기로 했다.
인터라켄에 와서 렌트카를 픽업했다!
오늘의 메인 일정은 자동차로 스위스 3대 패스 드라이브하기
인터라켄 시내에서 1시간을 조금 더 넘게 달리면 산악도로 수스텐 패스가 시작된다. 빙하와 초코나무숲이 가득한 수스텐 패스는 아이슬란드 같았다.
이 곳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양이귀 머리띠가 인상적이라 담았다.
그림젤 패스로 가는 길에 무인 기념품 가게가 있다. 그 옆에 플라스틱 말들과 사진을 찍으시던 멋있는 라이더 형님들
아찔한 곡선도로를 위험한 속도로 달리는 라이더들은 보통 할아버지들이다. 세상에 늦은 건 하나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진짜 아이슬란드?!
푸르카 패스를 지나다보면 희한한 막사들이 많은데, 여름 동안에만 열리는 알프스 고산 지대 연구기관이었다.
여기서 양몰이를 하는데, 양 한마리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떼쓰고 있었다.
머리채 잡히고 끌려가다가, 주인 아저씨에게 참교육 당하는 중
양들 무사히 집으로 컴백 성공!!!
그림젤 패스로 가는 길에 점점 더 날이 맑아지고 있었다.
역시 절대 담을 수 없는 그림젤 패스의 풍경들
푸르카 패스를 지나가다보면 외딴 곳에 호텔 하나가 불쑥 서 있다.
1882년에 세워진 이 벨베데레 호텔은 론 빙하를 보러 오는 손님을 받기 위해 굽잇길 한가운데에 세웠다. 론 빙하는 녹아 계속 물러나 지금은 한참 위로 올라가 버렸고, 호텔은 2015년에 문을 닫았고 사진 스팟이 되었다.
드라이브하다 문득 액션캠이 있는 걸 깨닫고 찍어봤다. 환상적인 알프스 드라이브를 홀로 하고 있다는 게 아쉬웠다.
푸르카 패스의 꽃으로 드라이브 끝~~
인터라켄으로 돌아왔다. 이 때가 7시쯤이었는데, 얼른 그린델발트에 가서 사우나를 해야했기에 허겁지겁 이 시대 최고의 할머니 안옥남 할머니의 미역국을 드링킹했다. 바쁜 와중에 또 단백질을 챙겨보겠다고 마트에서 두부 한 모도 사서 넣었다.
야외바베큐장처럼 나왔지만 뒤에는 아이거 산이 보인다.
저걸 보며 자쿠지에 몸을 담글 수 있다.
수많은 오리들 뒤로 보이는 수영장과 자쿠지
수영도 하고 사우나도 가능 2시간 꽉 채워서 그간 쌓인 피로를 풀었다.
2023년 2월에 그린델발트에 왔었다.
마을 전체에 눈이 소복이 덮인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다음날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를 더 머물렀다. 그 옛날 메이플스토리의 행복한마을이 내 눈 앞에 있는 느낌
스위스를 다시 오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그린델발트의 이 풍경을 다시 보고 싶어서였다. 쌓인 눈이 없어서 그 때보다 더 어두웠지만,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여서 반가웠다.
자동차 불빛을 받으면 좀 밝아질까 (ㅋㅋ) 엔진을 키고 쌍라이트도 켜봤다.
별 도움은 안됐는데, 자동차가 멋있게 잘 나왔다.
그냥 가면 아쉬워서 내 모습도 담았는데 대실패
그린델발트는 참 좋지만 다음에는 혼자 오진 않으려고 한다.
쓴 돈
피르스트-그린델발트 곤돌라 편도 19 CHF
렌트카 148달러
물, 초콜렛 2.65 CHF
그린델발트-인터라켄 6.6 CHF
호스텔 주차비 5 CHF
두부 4.35 CHF
수영장 22 CHF= 148달러 + 60 CHF (20만원 + 10만원 = 30만원)
9.8 — 에메랄드 호수
인터라켄 백패커스 호스텔의 조식
빵과 우유는 좋지만 샐러드가 없어 좀 아쉽. 지난 호스텔에서 샐러드 먹었다고 그새 정신을 못 차렸다. 가난한 여행자 주제에 바라는 게 많았다.
렌트카를 반납하기 전에 아쉬워서 브리엔츠 호수를 후다닥 다녀왔다.
인상적인 에메랄드 빛 호수와 싱그러운 나무들
피르스트에서 만난 Ismail이 추천해준 외쉬넨 호수로 가는 길이다. 인터라켄에서 기차, 버스, 곤돌라를 타고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길이었다.
버스에서 누군가가 놓고 내린 휴대폰을 발견했다. 나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무려 최신 아이폰), 설정된 언어가 한국어인 마당에 꼭 주인을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곤돌라 옆 코인라커에서 휴대폰 주인을 찾았고, 그는 정신이 팔렸는지 휴대폰을 잃어버린 줄도 인지하지 못했다. 신혼여행 2일차였던 그들은 나에게 큰 빚을 졌다며 인스타그램을 물어봤다. 이 신혼부부에게는 잠시 후에 큰 도움을 받는다.
도착한 에메랄드 빛의 외쉬넨 호수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호수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여기서는 에메랄드 빛이 잘 안 보여서 바로 원래 위치로 컴백
높은 기둥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사진을 많이도 찍었다.
호수수영을 하는 낭만물개들
아래에서 만난 신혼부부가 여전히 보이질 않았다.
알고보니 내가 하이킹 코스를 반대로 돌고 있었다. 이런 숲길을 지나고
빼곡한 나무들을 지났다. 나무들 사이에 틈틈이 호수가 보일 때마다 멈춰 서서 가만히 바라봤다.
올라온 뷰포인트! 여기서 뉴욕에서 온 사진작가를 만났다.
아이슬란드에서 민준이가 미국사람들은 미국에서 왔다고 안하고 도시를 말한다고 하던데, 이 친구도 그래서 살짝 열받았다.
의자에 앉은 서로의 사진을 찍어줬다. 그녀는 사람들이 전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고, 내 구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디렉팅을 3번에 걸쳐했다. 내가 본 외국사람 중에 가장 사진에 진심인 친구였다.
이 친구가 구도를 잡아주는 모습. 답답했는지 여기서 그대로 셔터만 누르라고 일러줬다.
찍어준 사진이 전부 마음에 들었다. 역시 사진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였다! (포르투의 Brad 감성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이킹이 환상적인 외쉬넨호수!
피르스트와 달리 처음 와본 이 외쉬넨호수를 더욱 떠나기 싫었다.
내려가는 곤돌라에서 멀어질 때까지 뒤를 쳐다봤다.
그리고 발생한 스위스 최악의 이슈
인터라켄으로 돌아가는 기차역에서 다시 신혼 부부를 만났다. 연신 감사인사를 하며 사례를 하겠다는 그들에게 괜찮다며 거절을 하고 있었다. 스몰톡을 하며 같이 인터라켄으로 돌아가던 중에 어딘가 싸한 기운이 들었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호랑이처럼 검표원이 나타났고, 기차표를 미리 사지 않은 걸 깨달았다. 10초만에 부랴부랴 표를 사서 검표원에게 들이밀었지만, 방금 결제한 건 소용이 없다며 벌금 90 스위스프랑(15만원)을 먹였다. 신혼부부 바로 옆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은 망연자실한 나에게 50스위스프랑을 건냈고, 나는 잠자코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던 옛말이 생각났다. (실제로 절반을 내줌ㅎ) 우리는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인터라켄으로 돌아가는 길에 폐건물에 놓여있던 곰돌이
인터라켄 일정 끝! 벌금에 속이 쓰린 나머지 회복을 위해 과식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내 마음을 대변하듯 거짓말처럼 날씨가 안 좋아지더니 비가 내렸다. 불상사가 있어도 스위스는 여전히 나에게 최고의 나라인 건 변하지 않는다. 테라스에 앉아 작업을 길게 했다.
쓴 돈
주유 51.4 CHF
인터라켄-외쉬넨 15 CHF
외쉬넨 호수 케이블카 22.5 CHF
점심 (카프리썬) 1.6 CHF
외쉬넨-인터라켄 13.5 CHF
벌금 40 CHF (90 CHF - 50 CHF From 신혼부부)
장보기 15 CHF= 160 CHF (2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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